갱년기와 취미생활

사람에게는 다양한 취미가 있다. 다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어서 무엇이 좋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각각의 특성에 따라 생활화하는 것이 적당하다. 다음에 여러 취미 생활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산책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천인합일(天人合一)"이라 하여 인간과 자연은 뗄 수 없는 사이이고, 자연 속의 인간은 자연과 함께 숨쉬고 살아가야 한다고 여겼다. 자연의 햇빛, 공기, 물, 초목의 푸른 잎 등등 모든 것이 사람으로 하여금 신선하고 생기 있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인자였다. 광활한 초원,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이 이는 호수, 시원한 빗줄기의 소리, 상쾌한 바람 등등 자연과 인간은 몸과 마음이 합일되어 안락과 건강을 느끼고 살아 왔다.
갱년기에 있어서 나타나는 정신적, 육체적 변화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감을 잃게 한다. 이럴 때 상쾌한 바람이 부는 맑은 날 적당한 옷차림으로 적당한 시간을 들여 자연과 함께 하는 걷기를 한다면 온 몸에 맑은 기운이 돌고 발랄하고 생기 있는 마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봄 가을의 좋은 날에 지팡이 짚고 거닐면 마음속의 침울한 기운을 떨쳐 낼 수 있다"는 노자(老子)의 말은 건강에도 유익한 산책을 말한 것이다.

따뜻한 봄에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내 얼굴에 닿고, 꽃과 나무는 제각기 아름다움을 뽐내며 이름 모를 산새는 저 무성한 숲에서 짝을 찾아 노래하는 그 교외로 산책하고 맑은 물, 시원한 바람, 아름다운 꽃향기와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는 것이 자연이 주는 행복이다.
그러나 걷는 것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우선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계획이다. 시간의 장단(長短)과 장소의 선택, 즉 얼마나 오랫동안 어디를, 예를 들어 도시의 공원이나 야외의 산과 들 중 어디를 가느냐를 결정한다. 그 다음에는 어느 계절에 갈 것이냐 이다.

봄에는 모든 꽃이 깨어나고 모든 새들이 울어대니 야외가 부르고, 여름에는 우거진 나무와 녹색의 푸르름이 따뜻한 햇빛과 더불어 강렬하니 물을 가까이 하게 되며, 가을에는 시원한 공기와 단풍이 아름답고 낙엽이 뒹구니 산이 좋아지며, 겨울에는 하얀 눈이 온 세상을 희고 고요하게 덮고, 한 떨기 매화가 홀로 빛을 발하니 올로 정취를 맛보게 된다.
걷기의 다음 주의 사항은 피곤이 쌓이지 않도록 움직이는 양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다. 혹은 차나 배로, 혹은 산이나 물로, 여러 방법으로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힘이나 계획과는 차이가 발생하여 지나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봄에는 꽃가루와 황사 먼지가 날리고, 여름에는 더위와 물의 위생이, 가을 겨울에는 찬 바람과 감기, 천식 등이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것들을 적절히 피하면서 자연과 합일하는 생활은 갱년기를 슬기롭게 넘기는 옛 사람의 지혜를 실천하는 것이다.

예술활동
글씨나 그림을 그린다든지, 음악을 연주한다든지, 흙이나 돌, 나무, 종이 등으로 무엇을 만든다든지 어떠한 양태이던 간에 창조적인 예술활동은 그 작업을 하는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조율시켜 운동의 효과를 발휘한다.

예술활동을 하는 동안 그 사람의 마음은 평정되고, 정신은 모아지며,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여 잡념이 없어지고, 눈, 손, 어깨, 등, 허리, 다리 등 몸의 모든 부분이 힘을 모아 강(剛)과 유(柔)가 서로 조화를 이루니 운동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예술 작품을 좋아하는 고상한 정취(情趣)와 매력이 사람의 미적(美的) 감각을 만족시켜 희망과 이상 그리고 감정의 고조를 유발하니 갱년기의 취미 활동으로는 매우 적절하다.

예술활동을 함에 있어 운동과 마찬가지로 매일 적당한 시간과 적당한 노력을 들여 전심 전력으로 해야지 과도하게 욕심을 내어 무리하거나 일관성 없이 간헐적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한다면 원하는 목적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중압감이나 허탈감만 쌓여 몸과 마음의 균형을 깨트리고 건강을 그르치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다소 서툴고 어색하더라도 꾸준히 연습하고 연마하면 그 과정에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나날이 발전하여 향상된다면 만들어지는 작품으로 즐거움이 배가(倍加)되니, 예술 활동은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고 느긋하게 하며, 또 한편으로는 지적 활동에 몰두하는 습관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한다.

지적 활동(知的 活動)
생물학에 라 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이 있다. 이것은 생물의 기능이나 능력은 쓰면 쓸수록 발전되는데, 반대로 쓰지 않으면 쇠퇴된다는 이론이다. 뇌의 지적 활동 능력도 마찬가지로 많이 쓰면 쓸수록 능력이 향상되는데 반하여 쓰지 않고 방치하거나 생물학적으로 노화상태가 되면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갱년기에는 나이의 증가로 인한 생각의 보수성으로 인해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는 데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기억이나 추리, 판단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게 되는 결과로 대뇌의 감각이나 기억력의 감퇴, 노화 현상에 따르는 여러 기능 장애에 직면하게 된다.
뇌의 노화는 단순히 뇌 활동의 노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을 관장하고 지배하는 것이 뇌이므로 전신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통계에 의하면 60세 이후의 노인 중 뇌 활동을 활발히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지적 능력은 물론이고 건강상태도 더욱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뇌 활동이 생명력을 키운 결과가 된 셈이다.
뇌에 대해 좋은 의미의 자극은 뇌안의 혈액손환에 도움이 되고, 그것은 전신에 대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청춘기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일기 쓰기, 노래나 시의 가사 외우기, 외국어 배우기, 책을 큰 소리로 읽기 등 뇌의 활동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무엇이든 좋다.

웃음의 효능
웃음의 힘이라는 것은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어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유익하다. 특히 여성의 웃음은 더욱 그러하여 옛날 중국 당(唐)나라 때의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양귀비의 웃음을 "눈동자를 살짝 돌리며 웃는 모습에 모든 아름다움이 생겨난다(回頭一笑百媚生 회모일소백미생)"이라고 하여 극찬을 했다. 아름다운 양귀비가 웃음을 띠었으니 금상첨화라 하겠다.

웃으면 우선 호흡기를 자극하여 폐가 확장되고, 가슴부위의 근육이 활동하여 흥분되니 사람은 심호흡을 하는 것과 같아 탁기(濁氣)는 나오고 청기(淸氣)는 들어가게 된다. 또 웃으면 정서적으로 이완되고 즐거워져서 음식을 잘 먹게 되고, 소화에 도움이 되며, 위·장의 운동을 촉진하여 영양분의 흡수에도 좋다. 피부도 좋아지니 신체의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여러 분비물이 나와 대뇌와 신경조직에 관여하여 진통작용과 흥분작용을 유발, 사람으로 하여금 유쾌해지고 젊어지게 해준다.
갱년기 여성에게는 울적하거나 답답한 마음을 가시게 하고, 부끄러움이나 두려움, 고독감 등을 완화시키거나 극복하게 한다. 나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도 즐겁게 하고, 이 사회도 즐겁게 해주는 "웃음 이야말로 최고의 양약(良藥)"이라는 격언에도 걸맞는 좋은 갱년기 극복 방법이다.